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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 of music ...



There are no two words in the English language more harmful than 'good job'." ... Fletcher at Whiplash.
나는 음치다. 언젠가 소파에서 가수들의 경연을 보는데, 애들이 옆에서 떠든다. '이O미는 좀전에 음이 틀렸지, 언니?' '고음부에서 #정도 흔들렸는데, ... 박X연은 자기 노래도 틀리던데, ...' 도대체 뭐가 틀렸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 음치가 고단하게도 재즈 영화를 보러갔다. 그저 눈치없는 소치이다.
해떨어지면 음주가무에 집착하는 해맑은 영혼들과 한세상을 음치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피곤하다. 사실 한옥타브에 못미쳐도 한화음만 카바하면 어찌저찌 남들 흉내를 낼 수 있다. 그런데 항상 문제는 박자다. 일단 반주가 있으면 시작이 엇박자이고, 음정이 불안해지면 그 다음은 박자고 뭐고 블랙 아웃되어, 혼자서 침몰하는 것이 음치들의 운명인 것을. .... 책만 펴면 졸다가도 마이크만 잡으면 불침항모처럼 불나방을 사방으로 날리며 기세등등하던 이들도 많건마는. ...
영화가 시작하자 나에게는 상당히 익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딕테이터니 새디스트니 하는데, 그런 것과는 좀 거리가 있고, 어떻든 이런 이들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저 맞춰주면 된다. 원하는 것만 맞춰 주면 그 다음엔 만사 오케이다. 오히려 아주 편한 캐릭터들이다. 인생에 어디서 내시 같이 사사건건 간섭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면 오히려 피곤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타이밍이다. 나중에 맞추어 주면 바로 죽음이고, 미리 맞추어 주어야 산다. 영화에서도 네이먼이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 장면이 나온다. 접의자가 살벌하게 날아다닌다. 예전에도 결재판 다음에는 반드시 크리스탈이 날았다. 뭐가 틀렸지는지도 모르겠는데, 늦었는지 빨랐는지를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가? 이또한 음치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질문이다. 물론, 영화와 달리 현실에선 늦었는지 빨랐는지를 묻는 이는 아무도 없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그게 그이야길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색의 악기들이 다나온다. 악보도 없는 드럼 옆에서 박자가 틀렸다고 지적질하는 저음왕 콘트라베이스, 트럼펫을 필두로 머스탱의 질주를 보여주는 브라스들, ... 타악기중에선 마림바나 찾는 나에게 드럼의 비트는 사실 많이 어렵다. 모르고 듣기엔 오히려 절집의 법고가 더 리드미칼하잖나 싶다. ...
영화를 본 사람들은 종반부의 Caravan 연주를 명장면으로 꼽는데 나는 이견이 있다. 광기어린 삶을 치열하게 살던 이들 師弟가 재즈바에서 조우하는 장면이 있다. 플래쳐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데 實演이지 싶다. 살면서 딱 저만큼만 음악을 즐기고 싶다. 신입생때 무언가를 찾으러 6-101에 들른 적이 있었다. 경영학과의 누군가(이름이 기억나는데 본인이 굳이 원하면 밝히고)가 구석으로 밀어놓은 업라이트 피아노를 혼자서 치고 있던 것이 생각난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그 때 들었던 생각이 다시 떠오른다. 정말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 봄밤에 참으로 때늦은 부러움만 가득하다. 브라스는 너무 무겁고 하모니카나 오카리나도 좋다. 아니, 세상을 살면서 입안에서 흥얼거릴 노래가 있다는 것이 바로 행복이지 싶다. 마카 成於樂 하시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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